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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s

아날로그의 매력

염원하던 Rollei 35를 사고 나서 첫 테스트 샷을 찍었다.
노출이나 셔터 스피드는 다른 카메라나 별 다름이 없어 쉽게 적응했지만 촛점 방식이 목측식이라 눈으로 보고 대충 어림잡아 거리를 설정하는 것이 영 미덥지 않다. 순식간에 사람의 눈보다 더 정확하게 촛점을 잡아주는 자동 촛점 렌즈가 판을 치는 요즘 세상에 눈 대중으로 대강 거리를 재고 셔터를 누른다니...호랑이가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울 일이다. 하지만 어설픈 이런 과정이 좀 더 사람 냄새가 나는 사진을 찍어 줄 것 같아 내심 기대가 된다.

테스트 용이라 필름도 Walmart에서 5개들이 한 상자에 $5.99하는 제일 싼 Fujicolor 100을 장전하고 대강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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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Fujicolor 100


칼라 필름이라 자가 현상을 할 수 없어 Fuji 기계를 쓰는 Target에 맡겨 뽑은 사진은 예상 외로 훌륭하다.
Rollei 35가 부정확한 거리 측정을 심도로 극복한다고는 하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눈 대중으로 거리를 재고 어떤 것은 조리개를 많이 열고 찍은 사진도 있어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가까이에서 찍은 인물 사진도 하나도 실패하지 않고 제대로 나왔고 풍경 사진 또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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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Fujicolor 100


예전, 떨리는 마음으로 처음 찍은 Canon G3 QL17의 결과에 적잖히 실망했던 것에 비하면 Rollei 35의 결과는 감동스럽기 까지 하다.(사실은 카메라 탓이라기 보단 찍는 사람의 실력 문제 였겠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Target에서 자동처리로 사진을 인화하다보니 프로그램되어 있는대로 보정이 되는지 일부러 노출을 적게 주고 찍은 사진까지도 노출을 제대로 주고 찍은 사진이나 별 차이 없이 나와 버렸다. 그냥 현상된대로 뽑아 달라고 이야기 할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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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Fujicolor 100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을때, 뷰파인더를 통해 보이는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찍힐지 상상하며 셔터를 누르고 현상,인화라는 기다림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얻게 될 결과를 나름대로 그려보며 혼자 설레는 것은 마치 여우가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빛 밀밭을 보며 어린 왕자를 기다리는 마음과 같을 것만 같다.
메모리가 허락하는 한 많이 찍고 잘 된 사진을 한 장 고르는 것도 충분히 재미있는 일이겠지만 한장 한장 머리속으로 사진을 그리며 찍고나고 되감은 필름 한 롤을 들고 찍혔을 사진을 다시 처음부터 한장씩 되새김하는 기다림의 과정은 디지털이 주는 쨍한 결과와는 다른, 아날로그의 푸근한 감성을 만끽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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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i 35,Fujicolor 100


생각해 보면 시대에 뒤쳐진 것 같은 아날로그에는 "기다림"과 "설레임"이란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밤새워 쓰고 지우고 다시 써서 아침이 밝자 마자 우체통을 찾아 연얘 편지를 부치고 돌아서며 느끼는 설레임은, 보내자 마자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E-mail이 주는 신속함과 편리성과는 비교될 수 없는 다른 차원의 매력이라 여겨진다.

일단 테스트 샷으로는 만족스런 결과를 얻었고 다음에 흑백필름을 물려서 테사렌즈의 특기라는 강한 콘트라스트를 상상하며 셔터를 누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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