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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Lv. 1

소나타(Sonata)와 람보르기니(Lamborghini)

차를 몰고 주차장에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범상치 않은 묵직한 울림이 들려 왔습니다. MGM 영화의 시작에 항상 등장하는 늘어진 게으름뱅이 사자의 포효하는 울음 소리 같기도 하고 시커먼 비구름을 뚥고 들려오는 천둥소리 같기도 한 으르렁거리는 울림이 온몸을 뒤흔들었습니다. 주차장인데도 쏟아지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공회전을 심하게 시키는 서비스까지 해주더군요.


바로 페라리(Ferrari)와 함께 명품 이태리 스포츠 카의 쌍벽을 이루는 람보르기니(Lamborghini)였습니다. 람보르기의 태생은 이탈리아지만 현재는Volkswagen,Audi,Seat,Bentley,Skoda,Bugatti를 생산하는 독일 자동차 회사 Volkswagen (VW)에 속해 있습니다.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는 고성능 스포츠카로 각각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람보르기니의 탄생에는 페라리와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람보르기니 스포츠카를 처음 만든 창업자 Ferruccio Lamborghini는 원래 트랙터를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자신이 몰던 페라리 250 GT의 기계적 결함을 항의하러 자신의 공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페라리 공장의 Enzo Ferrari를 찾아 갔다가 당신은 페라리를 운전할 자격이 없으니까 트랙터나 몰라는 Enzo Ferrari의 비아냥 섞인 독설을 듣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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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rari 250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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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mborghini 350GT


이 말에 열받은 Ferruccio Lamborghini는 돌아와, 페라리의 생산에 참여한 적이 있는 기술자를 영입해서 새로운 3.5 Liter, V-12 엔진을 만들고 결국 1963년 최고속도 280km/hr에 달하는 Lamborghini 350 GTV를 발표해서 대박을 터트리게 됩니다. 결국 페라리의 독설이 또 하나의 명품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를 탄생하게 한 셈이 되는 건가요?

람보르기니를 그 동안 길거리에서 지나다니는 것을 몇번 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엔진 소리를 들으며 자세히 본 것은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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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Lamborghini 중에서도 1993년 첫 선을 보인 Diablo VT입니다.초기 Diablo는 배기량 5.7 Liter에 최대엔진 출력 530마력/7100 rpm을 내는 엔진을 얹고 최고속도가 340km/hr에 달하는 슈퍼카 였지만 그 후 배기량을 6.0 Liter로 늘려 괴물(?)이 되어 버립니다. 한국에서는 탤런트 박상민이 세계에 두대밖에 없는 보라색 Diablo VT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유명한 차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사진을 찍다가 재미있는 장면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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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람보르기니 옆에 주차되어 있는 차가 우리 눈에 익숙합니다. 바로 현대 자동차의 소나타입니다. 람보르기니의 높이가 소나타의 절반 밖에 안 돼 보여서 소나타가 무슨 미니밴처럼 보입니다.

소나타는 한국 사람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는 한국의 대표 중형차이고 람보르기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슈퍼카이니 비록 승용차와 스포츠카라고는 해도 나름대로 재미있는 비교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일반 양산 승용차인 소나타와 스포츠카인 람보르기니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소주와 발렌타인 30년산을 비교하는 것처럼 어이없는 짓인 줄은 알지만 기왕 같은 사진에 찍힌 김에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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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Hyundai Sonata G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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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Lamborghini Murcielago LP640


현대는 얼마전 미국 시장에서 시장 예측 실패의 책임을 물어 미국현지 법인 경영진을 대상으로 문책성 인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3.3리터 엔진의 소나타를 주력차종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2.4리터 엔진을 얹은 소나타가 더 많이 팔리면서 3.3리터 엔진의 제고가 쌓여 수익성이 악화된 것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해서 현대쪽 대표주자는 2.4리터 엔진을 단 2008년형 현대 소타나 GLS로 하고 람보르기니쪽은 2007 Lamborghini Gallardo Spyder 가 가장 인기 모델이긴 하지만 최고급 모델인 2007년형 Lamborghini Murcielago LP640로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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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두 차종의 성능을 비교해 보면 일반 승용차와 슈퍼카의 차이가 무엇인지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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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배기량이 6.5리터와 2.4리터로, 람보르기니가 2.7배 정도 배기량이 더 큰 엔진을 달고 있으면서 엔진 출력 차이는 거의 4배, 100km/h 도달 시간은 2배가 더 빠르고 최고속도는 1.4배가 더 빠릅니다. 연비면에서는 아무래도 배기량이 큰 엔진을 얹고 있다보니 연비는 소나타의 7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 차를 몰 사람이라면 기름값 걱정은 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에 별 문제가 안 될 것 같습니다.
위의 표에서 보이는 것처럼 두 차의 엔진 성능 차이는 최고 4배 정도의 차이가 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차이가 나는 항목이 있습니다. 바로 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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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Murcielago 한 대를 살 돈이면 소나타 19대 반을 살 수 있다니 그저 경이로울 뿐입니다. 아무래도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들은 훨등한 성능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엄청난 가격때문에 사람들의 드림카가 되는가 봅니다.

그럼 소나타와 람보르기니는 과연 얼마나 많이 팔릴까요? 한국에서야 현대 자동차가 자동차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그중 소나타가 최고 인기 차종이긴 하지만 세계 거의 모든 브랜드의 자동차가 겨루는 미국 시장에서는 국내에서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또 람보르기니는 그 엄청난 가격으로 인해 아무나 살 수 없는 차이다 보니 판매 대수는 그리 많지 않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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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07년 6월까지 소나타(미국내)와 람보르기니(전세계) 판매댓수


그래프에 보이는 소나타의 판매량은 미국내 판매 댓수이고 람보르기니는 전세계 판매량인데도 두 차의 판매량은 비교할 수준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아무나 살 수 없는 엄청난 가격의 람보르기니이와 승용차인 소나타를 비교한다는 것이 무리인 듯합니다.

2006년에 미국내에 판매된 소나타는 전세계에 팔린 람보르기니에 비해  72배나 많은 차를 판매했습니다. 또 미국내 판매만 비교하면 2006년에 876대가 팔린 판 람보르기니에 비해 소나타는 149,513대가 팔려 171배라는 더 큰 차이를 기록합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판매액을 대강 자의적으로 계산해 보면 (람보르기니는 대당 $345,000, 소나타는 대당 $17,671로 계산) 미국 시장에서 소나타는 람보르기니에 비해 8.7배 정도의 매출을 올린 것이 것이 됩니다. 물론 판매된 람보르기니가 모두 최고급 모델인  Murcielago LP640이 아닐테니 이 숫자에는 거품이 많이 있겠지만 171배를 더 팔고도 10배가 안되는 매출을 올린다니 엄청난 가격차이에 이어 또 다시 어이 없는 결과입니다.

또 람보르기니의 종업원은 2007년 922명에 불과하다니 높은 부가가치와 적은 종업원수 같은 이유로 람보르기니는 다른 상용차 메이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적은 댓수의 차를 팔고도 만만치 않은 수익을 올리며 건재할 수 있나 봅니다. 더구나 Murcielago LP640인기는, 차를 사려면 예약을 하고 1년을 기다려야 한다니 부러울 따름입니다. 현대는 종업원만 2006년 9월 54,824명이고 경쟁이 심한 승용차 부분을 타겟으로 하고 있으니 더 열심히 만들고 더 많이 팔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현대가 람보르기니 같은 명품 스포츠카를 생산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해도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차를 생산, 판매하는 것은 기대해 볼 만합니다. 렉서스(Lexus)라는 고급 브랜드를 성공시킨 토요타(Toyota)도 1983년 처음 세계 최고에 도전하겠다며 고급 브렌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1989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렉서스 LS400을 선보이기까지는 주위의 야유와 의심어린 시선을 받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내년이면 현대에서도 럭셔리 세단인 Genesis를 판매한다고 하니 시작한 김에 착실히 준비해서 렉서스 같은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브랜드로 성공 시켰으면 좋겠습니다. 더구나 1983년 토요타의 위상과 현재의 현대의 위상이 그리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면 앞으로 24년후 현대가 토요타와 같은 회사가 되자 말란 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더 욕심을 내면 언젠가 현대도 람보르기니 같은 고급 스포츠카를 만들어 내서 주차장에 들어온 현대 스포츠카를 찍겠다고 사람들이 모이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참고자료

소나타 : Autoweb.com
람보르기니 : Autoweb.com
Wikipedia
BrandWeel.com
Germancarzone.com
GLOBAL INSIGHT
http://www.motorauthority.com
Automobilsport.com
http://gb.volkswagen.de
VWvortex
http://www.hyunda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