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Lv. 3
죽어서도 세상을 밝히는 비밀산타
Ikarus
2008. 12. 9. 15:30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미국 언론에는 아무 조건없이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비밀산타(Secret Santa)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 사람은 26년동안 해마다 노숙자(Homeless)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불쑥 다가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100짜리 지폐를 건네고는 악수와 함께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인사를 남기고 정체를 밝히지 않은채 사라지는 것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비밀 산타(from: http://www.msnbc.msn.com/id/15751409)
2007년 1월 12일, 58세의 나이로 숨질때까지 26년동안 자신의 재산 $166만불(약 25억원)을 길거리에서 나눠 줘 온 이 사람의 정체는 세상을 떠나기 석달전인 2006년 11월에야 레리 스튜어드(Larry Stewart)라는 사람으로 밝혀집니다.
크리스마스때가 되면 자신의 재산을 아무런 조건없이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익명으로 선뜻 나누어 주던 레리 스튜어드의 선행은 안 그래도 추운 요즘 경제 위기로 얼어붙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캔사스의 성공한 사업가였던 레리 스튜어드는 원래 미시시피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한달에 $33씩 지금되는 정부 구호금으로 생활하는 할아버지 밑에서 자란 불우한 유년기를 보냈습니다. 대부분의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 또한 순탄치 못했던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그의 인생에는 경제적 성공 이외에 그의 가치관을 바꿔 놓은 개기가 있었습니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대학도 중퇴하고 몇번의 사업 실패 끝에 노숙자 생활을 하기도 했던 그가, 전 세계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이런 선행을 26년씩이나 해온 배경에는 동화같은 이야기가 숨어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이 사람의 선행뿐만이 아니라 그 선행의 개기가 되었던 이 이야기가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집니다.
1971년 직장을 잃고 무일푼으로 자신의 차안에서 8일을 보내며 이틀을 굶은 후 더 이상 굶주림을 견딜수 없었던 그는, 미시시피의 휴스톤(Houston, Miss)이란 도시의 조그만 식당에 들어갑니다. 주머니에는 한끼 식사를 해결한 돈도 없었지만 꼬박 이틀을 굶은 그는 그 식당에서 제일 큰 아침 식사를 시켜 모처럼 배를 채운후 계산할 때가 되자 마치 지갑을 잃어 버리고 온 것처럼 행동하며 위기를 모면하려고 합니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식당 주인은 식당 바닥에서 $20짜리 지폐를 주워주며 "네가 떨어뜨린 것 아니냐?"며 건네 줍니다. 물론 그 돈은 노숙자인 레리 스튜어드가 떨어뜨린 돈이 아니라 그의 처지를 꽤뚫어 보고 그에게 창피를 주지 않으면서 그를 도우려 했던 식당 주인의 돈이었습니다.
훗날 25억이 된 $20불의 씨를 뿌린 식당주인 Ted Horn(From: http://www.secretsantausa.com/)
그 후 1977년, 장인의 돈을 빌려 시작한 사업이 실패한 후 최악의 순간을 맞이 했을때 엽총을 들고 강도를 하기로 마음 먹었던 그가 다시 마음을 돌이켜 사업에 재도전을 하게 된 것도 어쩌면 보잘것 없는 노숙자였던 자신에게 선행을 베푼 그 식당주인을 떠올렸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두번의 사업 실패를 더 겪은 레리 스튜어드는 결국 장거리 전화 사업과 유선방송 사업의 성공으로 백만장자가 되었고 자신이 가장 어려웠던 시절 따뜻한 한끼 식사를 제공했던 식당 주인 테드 혼에게 한 마음속의 약속을 잊지 않고 실천하게 됩니다.
세상을 떠나기 한달전까지 선행을 베풀던 레리 스튜어드(From: http://www.usatoday.com/news/nation/2006-12-20-santa-secret_x.htm)
1979년 12월 어느 겨울날 드라이빙 쓰루(Driving Thur) 식당에 들른 그는 추운 날씨에도 옷을 변변히 입지 못한 여직원이 추위에 떨며 잔돈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 미안해 잔돈을 가지라고(keep the change) 합니다. 그런 조그만 배려에 눈물을 흘리며 감사해하는 여직원의 모습을 본 그는 자신도 아직 경제적으로 넉넉치 않음에도 현금인출기로 달려가 돈을 찾아 길에서 만나는 어려운 사람들이나 노숙자 보호소를 찾아 나눠주기 시작합니다.
그후 26년동안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 조건없이 자신의 재산을 나눠 준 래리 스튜어드라고는 해도 아무런 댓가 없이 무조건 자신의 재산을 나눠주기만 한 것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가 건넨 $100짜리 지폐를 받은 길거리의 노숙자가 건넨, 직접 작곡한 노래가 적힌 노트 한장이나 남편의 학대에 못이겨 집을 나와 자살을 결심했던 한 부인이 그의 선행으로 삶의 의지를 되찾았다는 감사편지는 그에게 그가 나눠준 재산 $166만불의 몇배가 되는 기쁨과, 한 사람의 작은 도움이 다른 사람에게는 삶을 희망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커다란 깨달음으로 되돌아 왔을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그의 선행이 세상에 알려지자 많은 신문과 방송들이 그를 찾아와 인터뷰를 했지만 그는 끝내 대중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거부해 그의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을 제외한 세상 사람들은 캔사스의 비밀 산타(Secret Santa)의 선행은 알지만 그가 누군지는 모른채 26년의 시간이 흐릅니다.
하지만 식도암이 간으로까지 전이되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2006년 11월, 그는 드디어 대중 매체앞에 자신의 정체와 자신이 그동안 벌인 선행에 대해 털어 놓을 결심을 하게 됩니다. 왜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그동안 숨겨오던 자신의 선행을 밝혔을까요? 미리 밝혔으면 세상 사람들의 칭송과 존경을 받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그의 죽음을 보도한 신문9from:http://flickr.com/photos/98942020@N00/361578143)
그는 자신의 선행이 단순히 어려운 사람들에게 당장 도움이 되는 몇백불의 푼돈이 되는 것 이상을 원했던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선행으로 사람들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서로 돕는 마음의 중요성을 깨닫기를 원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누군가 자신의 행동에 영감을 얻어 자신이 행했던 선행을 계속해서 행해 주기를 원하는 마음에 생의 마지막 순간에야 자신의 정체를 밝혔던 것입니다. 아마도 그가 오랜시간 자신의 재산을 털어 선행을 베풀어 온 것은, 자살을 결심했던 그 여자는 물론 세상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따뜻한 세상에 대한 믿음을 상기시켜 삶의 의지를 되찾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가 없는 올해도 계속되는 비밀 산타의 선행(From;http://www.kansascity.com/440/story/924354.html)
그가 죽기전 친구의 도움으로 비밀산타 양성 프로그램이 만들어져서 미국의 모든 도시에 그와 같이 익명으로 무조건적인 선행을 베풀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겨 나기를 바라던 그의 소망은 구체적인 실현의 기회를 갖게 됩니다.
그런 그의 간절한 바램은 헛되지 않아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자발적으로 익명의 비밀산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올해에는 어려운 미국의 경제 여건에도 불구하고 9명의 비밀산타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은채 미국 각지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돈을 나눠주며 활동하고 있습니다.아마 이런 소식이 세상에 더 많이 알려지면 내년에는 더 많은 비밀 산타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록 그는 세상을 떠났지만 처음 그에게 $20을 건넨 식당 주인 테드 혼의 따뜻한 인간애는 그를 거쳐 조금씩 조금씩 세상에 퍼져 나가 어려운 여건속에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가슴을 밝혀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http://www.secretsantausa.com/
http://www.msnbc.msn.com/id/166074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