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글 Lv. 3
세계유가와 따로 가는 휘발유가격
Ikarus
2008. 11. 20. 04:47
뉴스에서는 연일 금융위기다 경기침체다 우울한 소식이 가득하지만 그동안 숨가쁘게 오르던 석유가격이 요즘은 뚝 떨어져 차에 기름을 넣을때만은 그나마 안도의 한숨이 나옵니다.
지난 일요일 휴스턴 주유소에서 갤런당 $1.79(리터당 $0.47, 약 660원/리터)에 기름을 넣었으니 한참 기름 가격이 치솟던 때에 비하면 거의 절반 가격에 휘발유를 넣은 셈입니다.
지난 일요일(11월 16일) 휴스턴 주유소 가격 |
지난 5월 29일 집 앞 주유소 가격 |
올 여름 배럴당(159리터) $140을 넘어서는 고유가의 여파로 갤런당(3.78리터) $4(1481원/리터)이 넘어가던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도 이젠 절반 수준인 $2(740원/리터)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 위기가 장기화 되면 실물 경제의 침체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울한 우려 때문에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진다고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국제 원유가와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
원유가격의 급락으로 원유를 정제해서 만드는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심지어 휘발유의 국제 가격이 원유보다도 싸지는 말도 안되는 기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얼마나 암울한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길래?' 하는 불안감을 부채질합니다.
원유보다도 더 싼 휘발유!!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유가가 하락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도 함께 떨어져 어제 17일 국내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15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가격은 미국의 갤런당 $2(리터당 약 740원)하는 것에 비하면 두배 가까이 비싼 가격이지만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이 미국에 비해 비싼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정도 가격 차이는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닙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의 휘발유 가격 변화 추세
지난 4월 15일부터 한국과 미국의 휘발유 가격 변동 추세를 비교해 보면 가격은 두배 가까이 차이가 있지만 거의 비슷한 추세를 보이면서 가격이 변동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이나 리터와 갤론을 쓰는 서로 다른 단위때문에 직접 비교하기 힘든 실제 가격 대신 4월 15일의 가격을 기준으로 어떤 식으로 가격이 변해 왔는가 하는 추세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휘발유 가격 변화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월 15일자 유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유가 변동
국제 원유가격과 한국,미국의 평균 일별 휘발유 가격을 비교한 위의 그림에서 9월 중순 이전에는 국제 원유가가 변동하는 것에 따라 미국과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거의 비슷한 추세를 보이며 변동하고 있지만 미국발 신용위기와 함께 국제 원유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9월 중순 이후를 보면 미국내 휘발유 가격은 원유가가 하락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추세로 급격히 떨어졌지만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원유가격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10월 중순이 될때까지 한달동안 거의 변화없이 비슷한 가격을 유지하다가 11월 들어서야 완만하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4월 15일 이후 국제 원유가가 최고가에 비해 61% 떨어졌을때 미국내 휘발유 가격은 50%떨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단지 22%(1950원 ->1514원)만 떨어졌다는 가격 통계로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에는 미국보다 높은 세금이 포함돼 있어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이 미국처럼 민감하게 반영되기 힘들기 때문에 휘발유에 포함된 세금을 고려해야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가격 변동을 좀 더 정확히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는 휘발유 가격이 비싼 캘리포니아 지역의 경우 미국내 판매되는 휘발유에 공통으로 부과되는 갤론당(3.8리터) 18.4센트(약 260원)의 연방세외에 주별로 각기 다르게 부과되는 주별 유류세가 갤론당 45.5센트(약 637원)로, 전국 최고 수준이어서 갤론당 총 세금이 63.9센트(약 237원/리터)로, 미국 평균 47센트(약 174원/리터)보다 높은(?) 세금이 부과되기는 해도 우리 나라에 비해서는 적기 때문에 원유가의 변동과 함께 휘발유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것입니다.
11월 17일 미국 휘발유 가격
반면 우리나라에서 현재 휘발유 리터당 부가되는 세금은 462원의 교통에너지환경세에 교육세 69원,주행세 139원이 붙은 다음 다시 10%의 부가세가 가산되기 때문에 휘발유 1리터에 부과된 세금의 비중이 미국보다 훨씬 높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휘발유가 리터당 2000원 하는 경우에는 휘발유 자체 가격은 1148원, 세금은 852원이 부가되지만 리터당 1500원하는 휘발유의 경우 휘발유 자체 가격은 694원에 불과하고 부가세를 포함한 세금이 806원에 달하기 때문에 국제 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휘발유 자체 가격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하락하는 것만큼 급격하게 가격이 떨어지기가 힘듭니다.
환률을 고려해 4월 15일자 유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세전 유가 변동
하지만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이 국제 유가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동되기 힘들다고는 해도 부과되는 세금을 제외한 세전 가격과 등락을 거듭하는 환율을 고려한 국제 유가의 변동추세를 비교해 보면 높은 세금 비중만이 다른 나라보다 휘발유 가격이 덜 떨어지는 이유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세금을 뺀 세전가격으로 휘발유 가격 변동을 비교해 보면 국제 유가가 오를땐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이 함께 발맞춰 상승했지만 국제 유가가 근래 유래없이 떨어질 때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급동하는 환율을 고려하더라도, 국제 유가 변동과 달리 천천히 완만하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7월 중순경 국제 유가가 근래들어 최고가를 기록하며 오를때는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도 거의 비슷한 추세로 최고가를 기록하지만 10월들어 국제 유가가 급락했음에도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은 훨씬 완만하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의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유가가 오를땐 정유 회사들이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을 국제 유가를 반영해 빨리 빨리 인상시키고 국제 유가가 떨어질때 가격 인하를 최대한 늦추어서 이익을 극대화 시키는 가격 정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만약 그렇다면 요즘같은 유가하락의 시기에 다른 나라에서는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져서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것 만큼 싼 가격에 휘발유를 살 수 있는데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떨어지는 국제 유가에만 무감각한 정유사들의 가격 정책때문에 실제적으로 더 떨어져야 하는 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휘발유를 구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돌아오지 않는 가격 하락 부분은 결국 정유사들이 챙기는 이익이 될 것입니다.
물론 석유 한방울 안 나는 우리나라와 산유국인 미국의 가격변동이 같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억지가 되겠지만 국제 유가 급락에도 의연하게 혼자가는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을 그대로 받아 들이기엔 뭔가 억울한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그동안 담합의 의혹까지 받아오며 자신들의 이윤을 극대화 해 온 국내 정유사의 가격 결정 정책이 급격한 국제 유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은 우리나라 휘발유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좋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털어 정유사들의 폭리를 챙기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심하게 불편해 집니다.
정유사들이야 원유를 수입하고 정제하는데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국제 유가의 변동이 곧바로 휘발유 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늘상하는 이야기로 '나 홀로 따로가는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을 정당화하려 하겠지만 위의 그래프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제 유가가 오를땐 민첩하게 함께 국내 휘발유 가격을 올리면서 유독 국제 유가가 떨어질때만 유가변동의 반영이 늦는 것을 보면 그들의 변명을 그대로 믿기가 힘들어집니다.
분명한 것은 진짜 이유야 어찌되었건 다른 나라에서는 국제 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는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상대적으로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입니다. 휘발유 가격이 떨어지다 못해 원유가 보다도 낮아져 버린 현재 상황에서 세계 시장과 발맞추지 않고 무소의 뿔처럼 홀로가는 우리나라의 휘발유 가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참 입맛이 씁쓸합니다.
참고자료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http://www.opinet.co.kr
http://gasbudd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