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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주사도 차에서 맞는 미국인들

Ikarus 2008. 10. 20. 17:09

요즘 GM이 가지고 있던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회사"라는 타이틀을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 넘겨 주고 살짝 자존심이 상한 미국이지만 미국인들의 생활속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더구나 워낙 자동차 역사가 오래되고 국토가 넓은데다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변변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다보니 다른 나라에는 없는 미국만의 독특한 자동차문화가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Drive-thru(드라이브 쓰루)" 또는 "Drive-in"이라 불리는 손님이 자동차에 탄채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의 문화일 것입니다. 미국 어디를 가더라도 Drive-thru로 햄버거나 커피를 파는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가게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 손님은 기다리기가 싫었는지 진짜 화끈하게 "Drive Thru"를 했습니다.


아니 오히려 Drive-thru가 없는 패스트푸드점을 찾는 것이 더 힘든 일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내 있는 맥도날드의 경우 전체 1만 4천여개의 식당중에서 90%이상이 Drive-thru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맥도날드에 Drive-thru가 있다고 해도 별로 틀린 이야기가 아닐 것입니다.

미국내 맥도날드는 자동차 이외의 탈 것은 Drive-Thru에서 주문을 받지 않습니다.(사진은 중동의 바레인 From: http://flickr.com/photos/thesniper/67026666/)


Drive-thru가 이렇게 많기 때문인지, 아니면 Drive-thru를 이용하는 미국인들이 많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의 패스트 푸드 식당들은 식당안에서의 매출보다 Drive-thru를 통해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습니다. 타코나 브리또 같은 패스트푸드화된 멕시코 음식을 파는 타코벨(Taco Bell)의 경우는 전체 매출의 65%를 자동차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Drive-thru를 통해 올리고 있는 것을 봐도 미국인들이 Drive-thru를 얼마나 애용하는 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http://blog.360.yahoo.com/blog-4wJUrx08erREtjl3CGIxmQ--?cq=1&p=244


이렇게 차안에 가만히 앉아 자기 볼 일 보기를 좋아하는 미국인들은 패스트푸드나 커피뿐만이 아니라 생활 전반의 많은 일들을 Drive Thru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은행 업무도 차를 타고 ATM(현금인출기)을 이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은행 한편에 Drive Thru 창구를 만들어서 은행 직원을 통한 예금 입출금 업무를 하기도 합니다.

http://curiousshopper.blogspot.com/2007/05/power-to-people.html


차를 타고 Drive Thru 창구에 들어서서 튜브에 예금할 돈과 입금 명세서를 넣은 후 버튼을 눌러 압축공기로 투명한 플라스틱 파이프를 통해 돈을 넣은 튜브를 날려 보내노라면 과연 미국은 Drive Thru의 천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From http://flickr.com/photos/56299434@N00/2551013241/


참으로 게으른 사람들을 위한 게으른 서비스란 생각도 들지만 은행입장에서 Drive Thru 창구가 인건비를 줄일 수 있는 제도일 수도 있습니다. 평일은 보통 오후 3시경에 은행문을 닫지만 Drive Thru 창구는 5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직원 한두명으로 은행 문을 닫은 후에도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약국들이 Drive Thru로 통해 처방약을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또한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http://www.daylife.com/photo/0efC78a7xy9P1


의사에게서 받은 처방전을 떨어뜨려 놓고 정해진 시간후에 가서 조제해 둔 약을 차에서 내리지 않고 타 갈 수 있는 Drive Thru도 왠만한 규모의 약국이라면 대개 갖추고 있는 기본적인 서비스입니다.


우체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911 테러 이후 탄저병균이 든 발신 불명의 우편물이 배달되면서 길거리의 우체통들을 치워버려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지만 아직도 시내 곳곳에 남은 우체통들은 편지 투입구의 높이를 차에 앉은 채로 넣기 좋게 만들어서 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편지를 넣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생활 전반에 널리 퍼진 Drive Thru 문화중에 이해 안 되는 한 가지는 차에 앉은 채로 술을 살 수 있는 Drive Thru Liquor Shop(주류가게)인 것 같습니다. 미국 모든 주에서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텍사스의 경우 차를 탄채로 가게 안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면 주인이 원하는 술을 가져다 주는 Drive Thru 가게가 합법적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http://flickr.com/photos/iomi/53852948/


차안에 뚜껑이 열린 술병이 있으면 음주운전으로 단속하면서, 운전자가 직접 술을 사서 조수석에 두고 운전하는 것은 허용하는 것은 어딘지 모순되는 것 같아 석연치 않습니다. 물론 차를 타고 가서 술을 사더라도 집에 올때까지 마시지 않으면 되는 일이지만 술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 같아 위험해 보입니다.

이렇게 미국인들의 생활 전반에 널리 펴진 Drive Thru 문화는 역사가 오래되긴 했지만 대중의 인기를 끌면서 인기를 얻은 것은 자동차 역사에 비하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의견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식당의 경우 1921년 텍사스의 달라스(Dallas Texas)에 문을 연 The Pig Stand라는 바베큐와 샌드위치를 파는 식당이 차를 탄채로 주문을 하고 음식을 받아가는 첫번째 Drive Thru 식당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ttp://www.texasobserver.org/article.php?aid=2751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차안에서 매장 직원에게 직접 주문을 하고 기다렸다가 음식을 받아가는 형태의 이 가게는 메뉴판을 보고 마이크를 통해 주문을 하고 다시 차를 이동해 음식을 받아가는 오늘날의 Drive Thru 식당에 비하면 원시적(?)인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1948년 캘리포니아(restaurant in Baldwin Park, California)에서 문을 연 In-n-Out Burger가 60여년 전이지만 오늘날처럼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주문을 받아 햄버거를 만들어 손님에게 제공을 했기 때문에 현대적인 Drive Thru의 시초로 보기도 합니다.

From: http://s81.photobucket.com/albums/j226/enriquearguelles/?action=view&current=innout.jpg


이렇게 이미 1921년이나 1948년에 Drive Thru 형태의 선구자격인 식당들이 나타나긴 했지만 실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훨씬 이후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의 일입니다. 오늘날 세계 최대의 Drive Thru 매장을 가진 맥도날도도 1975년에서야 아리조나(Sierra Vista, Arizona)에 첫번째 Drive Thru 매장을 연 것을 보면 대중의 인기를 얻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Drive Thur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Drive Thur 형태의 서비스가 인기를 얻어 가고 있는 것은 어쩌면 미국인들이 점점 더 게을러 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만약 그렇다면 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게을러 지기 시작한 것이 Drive Thur 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70년대 중반 이후라고 해도 근거없는 억지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가설은 재미있게도 미국 CDC(연방질병관리예방센터)의 비만 통계 수치와도 맞아 떨어집니다. 현재 미국 성인의 32%이상이 비만(*BMI 30이상) 상태라는 CDC의 자료를 보면 지난 1976년 이후 미국인들의 비만율이 계속 증가추세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After "Chartbook on Trends in the Health of Americans",Health, United States, 2007, p60



맥도날드가 Drive Thur를 시작한 1975년 이후 미국 성인들의 비만율이 크게 증가한 것을 가지고 Drive Thru가 미국인들의 비만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점점 더 게을러지고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미국인들의 비만과 어느 정도의 연관성은 추측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각 주별 비만 인구 비율 변화



이렇게 자신들의 독특한 자동차 문화로 자리잡은 Drive Thru를 너무나도 사랑하는(?) 미국인들은 이제 독감 예방주사 조차도 병원에 들어가지 않고 Drive Thru를 통해 차 안에서 맞으려 하고 있습니다.

From http://www.uky.edu/PR/UK_News/news111003.html


해마다 3만6천여명이 독감에 걸려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하는 미국에선 10월부터 65세 이상 노약자나 24개월 이하의 유아와 같이 독감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 예방접종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해마다 백신이 부족해서 건강한 사람들은 예방접종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하곤 했는데 올해는 백신이 충분히 확보가 되었는지 병원은 물론 심지어 대형 식료품점에서도 $20-$40 정도만 내면 예방 주사를 놓아 줍니다.

그런데 2-3년 전부터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차안에 앉은 채로 팔만 걷어 올린채 독감 예방 접종 하던 것을 올해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해서 실시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휴스톤만 해도 햄버거를 주문하듯 차에서 내리지 않고 예방 주사를 맞을 수 있는 곳이 몇군데  있습니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기 위해 줄을 선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들(2004년)


이렇게 독감 예방 주사를 맞은 사람들의 한결 같은 반응은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돼서 너무 편하다는 것입니다. 과연 햄버거,커피 하나도 차에서 내려 걸어 들어가 사기 귀찮아 하는 미국인들 답다는 생각이 들지만 실상 Drive Thru 예방 접종에는 편리함 이외에 다른 이유가 숨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탄저병균이 든 편지 사건과 같은 세균 공격이나(Bioterrorism attacks) 조류 독감과 같이 단시간안에 전파되는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 발생했을때 짧은 시간안에 많은 사람들에게 백신을 접종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각자 자신의 차안에서 예방 접종을 하면 많은 사람들이 길게 줄을 이뤄 기다리며 장시간 서 있다가 혹시 발생할 지 모를 전염 또한 예방할 수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점점 많은 지역에서 Drive Thru 형식의 백신 접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From: http://picasaweb.google.com


과연 그렇게까지 대비를 해야 할까 싶기는 하지만 바이오테러라는 존재 가능한 위협에 대한 자동차에 목매는 미국인들 다운 대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아무리봐도 미국인들의 생활에서 Drive Thru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인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참고

* BMI(Body Mass Index)=[체중 (kg)]/[키 (m)제곱]

  • 정상: BMI 18.5 - 24.9
  • 과체중: BMI 25 - 29.9
  • 비만: BMI 30 이상
ex) 체중 70kg, 키 170cm: [70]/[1.7^2]=24.2 


http://www.in-n-out.com/history.asp
http://www.cdc.gov/nccdphp/dnpa/obesity/trend/maps/
http://www.utmb.edu/mchd/ConroeClinic_096406
http://www.cdc.gov/nchs/fastats/overwt.htm
Chartbook on Trends in the Health of Americans,Health, United States, 2007, p60
http://www.cdc.gov/nchs/data/hus/hus07.pdf Figure 13,p60